IWMW의 백인화(IW), 백명화(MW)
SOFA의 다예(DY), MJ


들어가며

건축사사무소 IWMW는 백인화, 백명화 두 자매가 함께 개소한 회사이다. 주변 일상의 배경이 조금씩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2017 년부터 함께 일을 시작한 후 단독주택 신축, 레노베이션, 공모전, 설계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작업으로 산호수집, 백화원, 서점극장 라블레가 있다.

MW 인터뷰지 받고 어떤 걸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많은 일화가 생각나더라고요.

IW 제가 네덜란드 건축사를 딸 때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는걸 인터뷰를 했거든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그때 건축사 인터뷰처럼 느껴졌어요. 네덜란드 건축사는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조율을 했는지 질문하거든요. 그 답변으로 저희 작업을 정리한 적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드려고 해요.


시공자 - 박공지붕

IW 산호수집은 저희가 가장 처음에 했던 프로젝트이고, 한국 완주군에 있어요. 네덜란드 건축사 같은 경우는 위치가 어디든 관계없이 건물을 짓는 경험을 했다는 것만 입증할 수 있다면 건축사가 나오거든요.

DY 합리적이네요.

MW 우리나라랑은 달라요. (웃음) 이 프로젝트는 친구 어머니 집이었어요. 상담가이신 어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에요. 일 층에는 나중에 은퇴하시고 나서도 상담 일을 하실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위층에는 본인의 침실과 자식들이 왔을 때 머물 수 있는 방 등 사적인 공간이 있어요.

IW 저희가 이 프로젝트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1층에 플랫폼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박공지붕이 올라가 있는 여러 형상들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리고 당연히 그 구조가 내부 공간에서도 보이게끔 하고자 했고요. 그런데 이 박공지붕의 하중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구조를 어떻게 시공하는지가 시공자마다 다 달라요.

MW 목조 주택일 때는 박공지붕 끝에 만나는 꼭짓점에서 두꺼운 보를 하나 보내거나, 아니면 갈빗살같이 생긴 보를 가로로 여러 개 보내거나, 아니면 기둥을 세우거나, 이렇게 여러 가지 옵션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 시공자분은 가로로 지르는 보나 기둥 없이는 작업해보신 적이 없으신 거예요. 사실 저는 그 전의 설계사무소 경험을 했을 때는 그냥 두꺼운 보 하나만 지나가서 깔끔하게 박공을 하는 작업을 많이 했는데요.

IW 그래서 저희도 다른 시공사랑 하고 싶었지만, 견적이 너무 높아서 그 시공사랑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시공이나 계약하는 중에 그 사람이 제안한 것 중에서 타협을 봤어요. 건축주께서도 구조가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MW 그래서 이런 가로로 지르는 부재를 노출하는 안을 선택했죠.

IW 건축주분도 보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렇게 진행을 하려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갔을 때 이미 골조가 올라가고 석고보드가 붙고 있었는데, 석고보드를 사다리꼴 모양으로 막기 시작하신 거예요.

MW 이미 막혀 있는데 저희는 그 뒤에 간 거죠.

IW 도면 어디에도 이렇게 그려져 있는 건 없죠. 도면에는 그냥 박공으로 그려져 있으니까, 그분들은 이게 제대로 협의가 안 됐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는 가로로 지르는 보만 노출해도 된다고 했지 도면 어디에도 사다리꼴로 석고보드를 붙인다는 말은 없지 않냐고 했고요.

MW 처음에 계약 할 때 시공자분도 흘리듯이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이렇게 사다리꼴로 마감하면 시공할 때 재료비도 줄고 인건비도 줄고 마감도 줄어든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근데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얘기를 했죠. 근데 그분은 처음에 자기가 말했던 것만 기억하시고, 이미 석고를 다 쳐버린 상황이었어요. 저희가 계획한 네 개의 매스들이 다 박공이거든요. 그게 다 사다리꼴로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IW 저희가 감리를 하러 갔을 때는 네 개가 중에 어디는 마감이 다 안 되어있고, 어디는 마감이 끝나있고, 그럴 때였어요. 건축주분도 당연히 황당해하셨는데, 다행히 건축주분과 시공사 간에 협의가 됐어요.

MW 거의 막.. 싸운 거죠. 사실 다른 현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여기 현장 소장님이 유독 여성 건축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으셨던 거 같아요. 일단 현장 가면 저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저랑 약간 기 싸움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때가 경력이 5년 정도 있었을 때였는데도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 상태로 거의 5개월 동안 진짜 많이 싸웠어요. 그리고 그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1년 정도를 하자보수, 추가공사 금액 같은 것들 때문에 계속 연락을 해야 했는데, 그때도 매번 싸웠죠.

IW 그 박공 문제가 있을 때가 정말 절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분들이 마감하신 거 다 떼어내고 다시 해주셨어요. 왜냐면 도면에 그렇게 되어있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협의한 적도 없기 때문에..

MW 맞아.

IW 그래도 건축주분이랑 저희가 설득을 어떻게 해내서, 다 뜯었어요.

DY 소장님은 그러면 남성분이셨나요?

IW 현장 관리 소장님은 남자분이셨죠. 시공해주시는 분도 모두 남자분들이시고.

MW 다 남자분. 시공하는 분들은 그나마 저희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데, 대표님이 유독 더 날이 서 계셨어요.

IW 오히려 시공하시는 목수님들은 ‘아 그럼 다시 하지~’ 하는 분위기였어요.

MW 그래서 목수님들에게 말하는 게 훨씬 빠르고.

IW 현장에 가면 도면에서 놓쳤던 부분도 있고, 안 돼 있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대표님을 통해서 말하는 게 좋은 현장이 있고, 지금 작업하고 계시는 분들께 직접 말하는 게 좋은 현장이 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목수님이나 반장님께 바로 말씀을 드리면 해결이 수월하게 되는 편이었어요. 어쨌든 나머지는 다행히 뜯어내고, 대신 계단실 위라서 공사가 어려운 박공 하나는 뜯지 못해서 이쪽만 평지붕으로 마감을 했어요. 1층에서 계단을 올라가면서 사이트 앞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국 타협을 했어요.

MW 그 평지붕은 건축주분이 먼저 타협하자고 제안을 하셔서 잘 마무리가 되었어요.

DY 건축주분께서 평지붕으로 하시고 싶으신 이유가 있었나요?

MW 이미 그때 다른 것으로도 많이 싸우고 있어서, 타협점이었어요.

IW 그때 분위기가 너무 안 좋고 힘들었어요.

DY 진짜 고생 많으셨겠어요.

MW 사무실 차리고 첫 프로젝트여서 계획하는 것도 거의 1년 정도 걸렸거든요. 굉장히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였고, 시공할 때도 굉장히 꼼꼼하게 본다고 봤죠.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계속 나오고, 그 과정에서 건축주분도 많이 속상해하셨어요.


건축주 - 슬픈 이야기

IW 이 얘기도 재밌는데, 혹시 여러분은 시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보셨나요?

MJ 저는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해봤고 지금도 하나 하고 있어요.

DY 전 주택 프로젝트를 다른 한국 건축사분이랑 같이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공자분한테 건축주분이 설득을 당해서 시공자분이 디자인을 다 가져가고 프로젝트가 엎어진 적이 있어요. 저희는 계획설계 다 하고, 실시설계 도면까지 다 드리고 계약을 끝냈죠.

MW 저희도 얼마 전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은 항상 도처에 계시는 것 같네요. (웃음) 그런 일은 앞으로 없을 줄 알았는데, 또 그런 건축주를 만났어요. 저희도 중간에 계약금까지 다시 돌려달라고 해서, 상당히 난처했습니다.

IW 결국 도면대로 시공하셨더라고요. (웃음)

MW 저희가 계획한 대로 결국 시공을 하셨어요. (웃음)

DY 아마 저도 그때 관뒀던 프로젝트 현장에 가면 저희 도면대로 되어있을 것 같아요.

IW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일동 웃음)

IW 사실 설계단계에서 대화가 수월하면 시공할 때도 수월하고, 반대의 경우에도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사실 프로젝트를 그만두게 된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설계를 진행하면서 이분이랑 시공까지 진행하면 안 좋은 상황이 생길 거 같은 거예요.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이분이 합리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뿐이라면 계약금을 돌려드려서라도 끊어내는 게 어쩌면 더 나은 선택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건 저희도 좋은 일이지만, 결과에 가장 기쁘고 좋아해야 할 사람은 사용자인 건축주분이시잖아요. 그래서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축주와 충분히 대화하면서 파악을 해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MW 맞아요. 계획단계부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분과 대화가 가능할지를 가늠해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건축주 - 기간

MJ 아까 산호수집의 경우 계획도 1년 가까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기간은 설득하신 건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건축주가 흔쾌히 시간은 여유롭게 써도 좋다고 하신 건가요? 보통 시간을 그렇게 여유롭게 주지 않잖아요. 돈이랑 더불어 시간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어서,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궁금해요.

MW 그러니까 그것도 지인과 하는 설계의 장단점인데, 아무래도 친하니까 저희가 그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이었으면 그 얘기를 못 했을 것 같아요. 삼 개월 정도 계획설계를 진행했는데 그 안이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이대로 지어지면 너무 후회할 것 같고. 그래서 아예 설계안을 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어요.

IW 사실 처음에는 건축주분이 원하는 게 없으시다며 저희가 원하는 걸 해보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리고 이 정도 공사비에 50평 정도의 집이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설계가 진행되면서 대화를 할수록 이분이 원하는 공간은 훨씬 크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해결이 안 됐어요. 그래서 이제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들었으니까 이걸 다 소화한 다음 다른 안을 제안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어요.

MW 그때 엄청나게 고민이 많았어요. 이걸 엎어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면서. 그래도 그분이 저희가 새로 제안한 디자인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그 안으로 발전시킬 시간을 더 달라고 쉽게 설득할 수 있었어요. 그 삼 개월 간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중에는 그분이 원하는 정확한 복도의 폭, 거실의 폭, 등등이 다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를 믿고 설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요.

IW 그래서 그 사이즈에 맞게 저희가 설계를 다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얘기를 할 수 있었죠.

MW 이것도 사실은 층고도 낮게 해서 아기자기하고 작게 하고 싶었는데, 층고는 3m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어요. 미국식 스케일을 바탕으로 한 공간 규모로요.

IW 그분이 경험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공간의 크기가 있었던 거죠. 시작할 때는 그분도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에게 맡겨두셨는데, 실제로 도면을 보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삶을 보시니까 상상하시기에 편하지 않을 것 같았던 거죠. 내가 원하는 공간의 크기가 있다는 것을 설계 진행하시면서 아셨을 것 같아요.

MW 그래서 그 이후에 설계를 할 때는 건축주분한테 최대한 디테일하게 말해달라고 부탁드려요.

IW 저희가 처음에 많이 요구해요. 모든 걸 듣고 싶다고. 원하시는 게 분명히 있으실 테니까, 저희에게 최대한 길게 이야기를 다 해달라고해요. 그래야 저희가 설계하는 데 시행착오를 덜 겪는다고 말씀을 드리고요.

MW 좋아하는 건물이나 인테리어 사진도 보내주시고 나면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이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효율적인 사람인지 미를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그다음에 설계하는 게 훨씬 기간을 단축할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MJ 좋은 노하우네요. 공간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건축주들은 실제 공간에 관한 감이 없는 경우도 많잖아요. 요새는 다 높은 게 좋다고 하니까 우리 집 층고는 4m로 해달라고하는 것도 봤고요. 그러면 공사비가 아주 높게 나올 텐데, 실제로 4m가 어떤 느낌인지 아시고 요구하시는지도 확신이 안 들고요. 그런데 지어지기 전까지 모르시니까 끝까지 주장하시잖아요. 저는 그런 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비슷한 공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IW 맞아요. 최대한 저희에게 모든 걸 편하게 다 보여주시고 말씀해달라고 해요.


건축주 - 지인

MJ 저는 건축주가 제 지인은 아니지만, 소장님 지인일 때도 있었는데, 건축주가 지인일 때가 더 힘들지 않으신가요? 지인이면 더 잘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MW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산호수집은 되게 독특했던 게, 저희가 친구 부모님으로 3살, 5살부터 만났던 건축주 분 이였어요. 이분한테는 저희가 거의 딸인 거에요. 자기 속 얘기를 다 하실 수 있는 분이셨어요.

IW 너무 가까운 지인분이었죠.

MJ 건축주랑 친해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공사가 진행되면 건축주랑도 점점 친해지잖아요. 시공사랑도 친해지고. 그러면 갈 때마다 들어야 하는 민원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 그런 게 힘들기도 했어요.

IW 맞아요.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만 들어야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만.

MW 이분은 지금도 밤에 문자를 하세요. 이거 녹슬고 있는 거 아니냐, 하고 사진 찍어 보내셔요.

(일동 고통의 신음)

MW 그럼 밤새 저 혼자 생각을 하고 하다가 친구한테 얘기하죠. 너 가봐라.

(일동 웃음)

IW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MW 친구도 이 집 근처에 살고 있어서 가서 확인하라고 했죠.

IW 정말 문제가 있는 건가.

MW 친구한테 설명하고, 걱정이 많으시니, 가서 잘 다독여 드리라고 했어요.

IW 그럼 친구가 가서 보고는 별일이 아닌 것 같다, 신경 쓰지 마라, 너는 네 일에 집중하라고 해주죠.

(일동 웃음)


건축주 - 좋은 건축주

IW 최근 프로젝트에서는 너무 좋은 건축주를 만나서 재미있게 작업한 경험도 있어요.

MW 서점극장 라블레 프로젝트인데, 시작할 때 건축주분이 컨셉을 문장으로 주셨어요. ‘옛날 수도원이나 동굴 교회를 연극 실험실, 작업실로 바꿔서 쓰는 곳인데, 낮에는 서점으로 위장한 곳이다’ 라고요.

DY 이게 서점 컨셉이에요? 너무 멋진 컨셉이네요.

MW 이분도 저희 지인분이었는데 글을 쓰는 분이셔서 요구사항을 이런 스토리로 써서 주셨어요. 너무 재밌는 프로젝트였어요.

IW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어떤 부분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희도, 건축주도, 시공자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마음 한뜻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가 모두 이 공간이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MW 건축주분이 워낙 좋으시니까 현장에 오시는 분들도, 시공사 대표님도, 저희도 어떻게든 더 잘해주고 싶은 거예요. 건축주분이 워낙 말을 잘 해주셨거든요. 한마디 하더라도 너무 좋다, 정말 감사하다, 이런 말을 너무 아낌없이 하시니까 다들 힘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다 같이 으쌰으쌰 해서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IW 설계는 앞쪽에 서점이 있고, 그 뒤에 동굴 같은 공간에서 그래서 극과 공연이 열리는 구성으로 계획을 했어요. 실제로 지금 그렇게 쓰고 계시기도 하고요.

DY 서점이라면 직접 방문도 할 수 있나요?

IW MW 네! 갈 수 있어요.

IW 목요일마다 이벤트가 있어서 저희도 너무 가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 맞춰서 일이 끝날지 모르겠네요. (웃음)

MW 낭독회도 있고, 소리 내서 책을 읽을 수도 있거든요.

IW 읽을 때 정말 동굴처럼 울려서 너무 좋다고 해주셔요.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면 시적인 말들을 많이 해주고 계셔요.

MW 지금도 너무, 너무 좋아요.

IW 동굴 뒤에는 이분들이 사용하는 작업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원이 있고요.

MW 2층에는 이분들의 집이 있어요.

MJ 어, 저 여기 가본 것 같아요.

IW MW 진짜요?

MJ 네, 공덕 쪽에 있는 서점 맞나요? 다니던 설계사무소 바로 근처거든요. 밥 먹고 오면서 지나가다가 너무 좋아 보여서 사람들이랑 같이 들어가서 봤어요. 가구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게 되어있고 볼트 공간도 너무 좋았어요. 대지가 특이하게 생겼는데 되게 알차게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랑 요즘 잘하는 사람 너무 많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웃음)

IW 거기 맞아요! 가구는 원투차차차라는 곳에서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사용한 프로젝트다 보니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구조보강을 결정하게 된 일도 있었어요. 그래서 시공사분이랑 저희랑 합심해서 기존 설계안을 유지하되 어색하지 않은 위치에 기둥을 추가로 계획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비용이 추가되기도 했는데 건축주분까지 충분히 협의가 되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시공자 - 좋은 시공자

IW 아 그러고보니 이 프로젝트에서 지붕설계도 할 얘기가 있네요. 저희가 부엌 공간에 천창을 계획했거든요.

MW 부엌은 원래 건물에서 증축을 한 부분인데, 중축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밝은 주방의 모습을 원했어요.

IW 부엌이 면한 길에 차가 많이 지나다녀서 일반적인 창을 계획하기는 사실 어려웠어요. 그러면 이 공간에서 바라보게 할 방향은 당연히 하늘이라고 생각했어요.

MW 그래서 처음 계획에서는 천창을 강하고 크게 넣었어요. 그런데 시공하시는 분이 다른 시공 현장에서 큰 천창 때문에 내부가 너무 뜨거워서 보수하고 있다고 말리시더라고요.

IW 우리나라 계절에는 절대 적합하지 않은 설계안이라고 하셨어요.

MW 그분이 평소에는 최대한 설계안을 반영해주려고 하시고, 설계안에 반대하는 분이 아니에요. 그런데 천창만 유독 걱정이 된다고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고 끊임없이 얘기하시는 거예요.

IW 여름에 너무너무 뜨거울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MW 사실 부엌 쪽 뒤편으로 큰 건물이 있어서 저희는 그 건물에 그림자가 생기니 해가 직사광선으로 떨어지는 일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강하게 얘기를 하셔서 천창을 얇은 줄로 넣는 거로 변경했어요. 그래서 지붕의 경사 각도가 딱 변하는, 증축된 부분의 시작점에서 선적인 경계를 주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어요.

IW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시공하시는 분 말이 맞더라고요. 준공하고 보니 해가 굉장히 잘 들어왔어요. 그분의 경험이라던가 노하우가 정말로 옳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MW 그리고 준공 이후에 건축주분이랑 이 천창이 실제로 뜨거운지, 겨울과 여름에 어떤지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건축주분도 천창에 대해서 만족도가 너무 높더라고요. 천창을 통해서 해가 들어오는 것도 좋은데, 밤에 달이랑 별을 바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하셨어요. 그리고 직접적으로 직사광선이 닿으면 너무 뜨거워서 큰 창보다 얇은 창이 나았을 것 같다 하시더라고요.

IW 맞아요. 이 창 하나만으로도 이 공간에 많은 이야기가 생기니까. 우리나라는 계절이 바뀌면서 해가 닿는 위치가 계속 변화잖아요. 그런 것도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MW 이 집에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데, 그 애가 천창으로 들어오는 해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닌대요. (웃음)


공무원 - 연구 용역

IW 저희가 지금 연구 용역을 맡으면서 되게 힘든 일이 있어서 그것도 얘기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건물 짓는 과정은 아니지만, 설계사무소를 하면서 연구 용역을 맡게 될 때도 종종 있잖아요.

MW 이번 연구 용역은 미팅이 엄청나게 잦았어요. 1주일에 1번 미팅을 하는 거로 되어있었거든요.

MJ 보통 말로만 그렇게 적혀있고 진행하다 보면 미팅이 점점 뜸해지지 않나요?

IW 저희도 설마 이대로 진행하겠냐고 생각했는데 진짜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하더라고요. 짧으면 두 시간, 길면 네 시간 동안 미팅을 진행하고 끝나면 회의록을 꼭 써서 보내야 해요. 처음에는 회의록을 정리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려서 제가 생각했던 업무량과 실제 업무량이 너무 차이가 나는 거예요. 아, 이거는 정말 힘들었어요. 업무 강도가 너무 가늠이 안 돼서 일이 많을 때는 인력이 우리 안에서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MJ 아직 진행하고 계시는 거라면 협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너무 버거우면 담당자분한테 말씀을 드려서 줄여보기도 하는데. 대면 회의를 매주 하시는 거죠? 기획하세요, 리서치하세요?

IW 기획이요.

MJ 그러면 우리가 미팅 업무량 때문에 실제 일에서 진도가 안 나간다고, 자료는 매주 보내줄 수 있는데 회의는 간격을 좀 떼서 하면 수월하게 일 처리를 해줄 수 있고 더 잘해 가겠다고 말씀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미팅 줄여달라고 하면 절대 안 받아 주잖아요. 저는 기획 연구용역 할 때 그런 식으로 소장님 몰래 (웃음) 협의를 했거든요. 만약 그쪽 담당자가 너무 신입이고 요령이 없다면 과업지시서 보고 따박따박 하려고 할 거라서 가능성이 없겠지만, 이미 해본 사람이면 유동성 있게 해줄 것 같아요. 또 연말이라 그들도 바쁠 거에요.

MW 근데 저희는 거의 끝났어요. 이제 일주일 남았네요. 이거 때문에 고생을 엄청나게 했어요. 5개월 동안 미팅하러 분당까지 왕복 서너 시간을 왔다 갔다 하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DY 일주일에 미팅 서너 시간에 왕복 서너 시간은 너무했네요.

IW 다음부터는 처음에 계약할 때 미팅의 빈도수와 강도, 장소 등을 꼭 확인하고 계약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연구 용역의 업무 강도 파악이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J 맞아요. 너무 용역마다 달라서. 그래도 요령 있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IW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MW 작년에는 용역을 다른 사무소랑 같이 했는데, 그쪽 소장님 노하우 덕분에 수월하게 마무리했거든요. 무리한 일 자르는 역할을 잘해주셔서 업무 강도도 낮았어요. 저희는 이번에도 그럴 거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연구가 아니라 설계를 다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걸 요구했어요.

IW 원래 그 규모의 설계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설계비를 주고 진행을 해야겠죠. 그런데 연구용역으로 하게 되면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 모든 걸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업무 강도로 이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그럴 때 경험이 많으신 분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력이 부족할 때 작은 사무소들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누군가 손이 비어있을 때 우리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거나, 우리가 손이 비어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MW 맞아요.

DY 저도 그런 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건축가 - 자매 사무소

DY 두 분이 사무소를 운영하시면서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함께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IW 프로젝트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담당을 정해놓고 진행해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이 건물에 관한 것은 온전히 다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저희가 모든 걸 다 예측할 순 없고 놓치는 것들이 생기니까. 그래야 감리 나갔을 때 바로바로 확인이 돼요. 감리는 번갈아 가며 가더라도 담당이 확인할 것과 조율할 것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해요. 일은 같이하고 역할을 나누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을 정하는 거죠.

MJ 많은 소장님이 나눠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지만 결국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서 직원들도 힘들고 소장님도 힘든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함께 오래 일하고 계신 걸 보면 조율을 잘하시는 것 같아요.

IW 저희는 어떤 게 더 나은가에 관해서는 크게 이견은 없는 거 같아요. 저희 둘이 얘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더 좋은 생각을 하면 그게 더 좋다는 걸 둘 다 아는 거죠.

MW 처음에는 당연히 반감이 들기도 하지만, 잠깐 싸우다가도 시간 좀 지나면 합의를 하게 돼요.

IW 감정이 사라지고 뭐가 더 좋은지가 보이니까. 그 판단기준은 같아야 하겠죠. 다르면 힘들 것 같아요. 저희는 그 부분은 확실히 같아요. 갈등의 원인은 어조에 있는 거지, 내용에 있지는 않아요.

MW 남남이면 상대방 기분을 배려하면서 조심히 얘기하잖아요. 근데 형제면 필터 없이 막 나오거든요. 그렇게 다 얘기하니까 쌓이는 것도 없고, 다음 날 되면 말투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생각에 금방 풀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말 안 하고 끙끙거리다가 갈라서는 팀들도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그래서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IW 저희가 만화가 실키님 되게 좋아하거든요. 최근에 본 것 중에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내가 배고픈지, 잠은 충분히 잤는지, 생리하는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거 같아요.

DY 갈등 상황에서 그걸 생각하실 수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해요. 현명하게 협업하고 계신 것 같아요.


건축가 - 건축계 문제

DY 마지막 질문인데요, 이것만큼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축계의 문제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실무를 하시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면 편하게 답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MW 설계비.

(일동 웃음)

IW 설계비는 그래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 않아요? 저희는 그래도 점점 경력이 쌓이면서 조금씩 높이려고 하고 있거든요. 기성 건축가분들의 설계비가 오르면서 저희도 그에 맞추어서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거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더 높게 부르니까.

MW 우리는 아직 경험치가 많지 않지만, 유명한 설계사무소에서도 아직도 설계비를 낮게 받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분들이 먼저 나서서 바꿔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있죠.

MJ 일을 따고 싶은 욕심 때문에 설계비를 낮추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내 월급이 낮아진다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웃음)

MW 한 가지 재밌는 건, 저희는 둘이어서 설계비 선정할 때 적정선을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금액을 들으면 건축주가 우리랑 계약 안 할 것 같다고, 너무 높게 책정된 거 같다고 하고, 언니는 항상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하거든요.

IW 그러면 그 중간으로 불러요.

MW 안 할 것 같아서 조금 낮게 부르면 결국에는 하게 되는데, 하면서도 불만이 있는 거예요. 그 금액이 처음에는 커 보이지만 일 년 동안 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죠. 좀 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는데 계약 초반에는 잡고 싶어서 그러기 힘들 때가 많아요.

IW 받아야 하는 설계비가 딱 정해져 있으면 좋을까 싶기도 하고요.

MJ 공공 건축은 설계 비율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 비율대로 사전 계획을 해도 설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족한 게 현실인 것 같아요.


나가며

MW 되게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됐네요.

MJ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경험을 하는 게 문제를 마주했을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무소들은 어떤 일을 경험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MW 저희도 궁금해요. 저희에게도 매번 새로운 문제들이 저희에게 닥치니까. 다른 사무실은 괜찮나? 우리만 이러나?

(일동 웃음)

DY 자매분끼리 함께 운영하시는 설계사무소는 처음 봐서 정말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어요. 가장 편한 가족 중에 함께 일할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요.

MW 저희는 둘인 게 좋은 게, 힘들 때 서로 신세 한탄 하면서 위로해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서로 힘내라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우지만, 공동의 적이 있을 때는 꽁꽁 뭉치잖아요.

IW 언제라도 내 편이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힘듦은 새로운 힘듦으로 바뀌지만요.

MW 힘든 상황이 닥쳐도 한번은 제가 해결하고, 한번은 언니가 해결하고. 그렇게 짐을 나누면서 같이하고 있어요.